할머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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커피믹스카테고리 없음 2022. 4. 17. 14:21
할머니는 커피믹스 한 잔을 뜨겁게 타 식사로 하시곤 했다. 율무차도 단골 손님. 드라마 '나의 아저씨'에서 아이유가 사무실에서 갖고 온 믹스 여러개로 늦은 저녁을 대신 했었는 데 울 할머니도 식사 대용이셨다. 할머니는 삶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사셨다. 그 마음이야 손녀인 내가 다 헤아릴 수 없지만, 사는 괴로움에 '나 죽네 나 죽네' 하셨어도 단 한 번도 삶을 포기하려는 불안감을 내게 안겨주신 적이 없으시다. 이선희의 노래 '그 중에 그대를 만나'가 급 생각났다. 그리곤 떠오른 할무이. 내게 그대인 할머니의 삶이 아련하게 떠오른다. 나에게 '괜찮다 괜찮다 암시롱치 않다'며 조용히 다독여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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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론산카테고리 없음 2022. 4. 8. 18:00
오랜만에 구론산을 마셨다. 스파클링 맛으로. 편의점에서도 판다. 구론산은 할머니께서 좋아하셨던 음료이다. 오늘 기력이 딸려 눈에 띈 구론산을 겟해 벌컥벌컥 한 두모금 마셨더니 눈이 번쩍 띄여졌다. 이래서 할머니가 좋아하셨을까? 할머니의 삶이란 매우 단조롭고 분명해서 그때는 못느꼈던 삶의 결을 지금에서야 조금은 느끼게 된다. 외로우셨겠지? 참 노래도 많이 부르시고, 벽장을 두들기며 박자도 잘맞추셨는데..! 손으로 바닥의 먼지들도 잘 쓸어담으셨다. 때 되면 밥도 따신물에 말아 뚝딱 잘드셨고, 엄마랑 싸울 때 빼고는 때를 거르시지 않으셨다. 오늘은 할머니가 생각나는 구론산을 마시며 할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. 언젠가 볼 그대의 얼굴이 그리워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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설탕 토마토카테고리 없음 2022. 2. 22. 23:35
설탕 토마토 무침하면 생각나는 두가지. 하나는 아파트로 이사한 찐 친구집에 놀러가서 친구네 할머니께서 간식으로 내오신 설탕토마토이고, 또 다른 하나는 울 할머니가 황색 흑 설탕을 뿌려놓으신 토마토이다. 토마토가 넘 달콤하고 맛있어서 '나도 해먹어야지' 했던 기억. 이건 어렸을 적 아빠가 골뱅이 무침을 할 때도 눈여겨 보다가 '나도 해먹어야지' 했던 것과 같다. 특히 아빠는 유심히 보는 나에게 '나중에 해먹으려하지?' 하고 의심의 눈초리?를 주었다. 설탕 토마토로 돌아오자면 두 기억 다 할머니들이 등장한다. 친구 할머니, 울 할머니. 설탕 토마토는 할머니들의 애정템이었나? 뿌려진 설탕만큼이나 손주들을 향한 할머니의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달콤한 추억. 🍯🍅🍯🍅🍯🍅🍯🍅🍯🍅🍯🍅🍯🍅🍯🍅🍯🍅🍅🍯🍅🍯🍅🍯🍅🍯🍅🍯🍅🍯🍅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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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머니카테고리 없음 2022. 2. 2. 08:03
할머니를 보러 다녀왔다. 어떤 사람에 대한 기억이 사람을 이렇게 차분하고 겸손하게 할 수 있는 지 신기하기만 하다. 높아진 마음과 속상했던 마음들을 모두 내려놓고 언제나 날 포근히 안아주는 할머니에 품에 살포시 안긴다. '괜찮다, 다 괜찮다, 아무 걱정마라."하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귀에 자꾸 맴돌아 다른 마음들을 내보내고 할머니를 생각한다. 할머니의 사랑과 헌신이 날 먹이고 살찌운 것 처럼, 그것이 결코 값어치 없지 않은 것 처럼, 나는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할 것들을 마음에 들여놓고, 버려야 할 것들을 내보내고 정리하는 수고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.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 존재 전체를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하던데 할머니에게는 어떤 모습이어도 늘 안길 수 있는 넉넉한 품이 있어서 항상 따뜻했고 그런 특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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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부각카테고리 없음 2022. 1. 29. 23:10
설이 되니 김부각 생각이 간절하다. 항상 명절 전쯤이던가 할머니께서 시골에서 갖고오신, 또는 시골에서 부쳐 주신 김부각을 맛있게 튀겨먹던 추억. 달궈진 기름에 여러겹 잘 말린 김부각을 넣으면 넣는 동시에 흰 꽃이 뭉개뭉개 핀다. 그야말로 바삭바삭. 그 당시 찍어놓은 사진이 없네^^;; 김부각과 더불어 할머니께서 모아두신 누룽지도 튀겨서 설탕을 솔솔 뿌려서 먹으면 세상 이런 간식이 없다. 김부각을 먹고 싶어서 그 비슷하게 만들어서 튀겨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맛은 아니다. 할머니도 보고싶고, 김부각도 먹고싶고, 달콤한 튀긴 누룽지도. 앗 야밤의 글쓰기는 위험하다.